삶의나침반

장자[149]

샌. 2010. 12. 28. 15:40

초나라 대사마에겐 허리띠를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이 여든이 되도록 조그만 실수도 없었다.

대사마가 말했다. "그대는 정교하구려! 도가 있겠지?"

공인이 말했다. "신에게는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신은 나이 스물에 요대 만들기를 좋아하여

다른 것은 무시하고 요대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이처럼 쓸모 있게 한 것은 쓸모없는 것을 빌려서

그 쓸모를 크게 한 것인데

하물며 쓸모없는 것도 없는 경지는 어떻겠습니까?

그런 경지면 무엇이든 쓸모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大馬之추鉤者

年八十矣 而不失豪芒

大馬曰 子巧與有道與

曰臣有守也

臣之年二十 而好추鉤

於物無視也

非鉤無察也

是用之者 假不用者也

以長得其用

而況乎無不用者乎

物孰不資焉

 

- 知北遊 12

 

이번에는 허리띠 만드는 장인이 등장한다. 그는 여든이 되도록 작은 실수도 없는 그 분야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그는 요대 만들기를 좋아하여 요대가 아니면 다른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에게서 배울 점은 두 가지다.첫째,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둘째, 무심으로 집중한다. 요즈음 사람들은 지나치게 시류를 따르고 세상 쓰임새에 너무 신경을 쓴다. 머리 좋은 젊은이들이 법대 아니면 의대로만 진학한다. 그 분야가 부와지위,안락한 생활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적성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그런 삶이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세상이 주는 안락에 취해 스스로 노예됨을 자처하는 건 아닐까?

 

장자는 말한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 세상의 쓰임새를 너무 추구하지 말라. 그 일이 무엇이든 무심하게 집중하라. 어떤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말라. 그러면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나중에는 가장 쓸모 있는 일로 변할 것이다. 삶의 달인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무심하게 행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인생 최후의 승자다. 대사마가 일개 장인에게 도에 대하여 묻는다. 장인은 쓸모 없는 것도 없는 경지에 대해 말한다. "그러면 무엇이든 쓸모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도를 물었던 대사마의 표정을 보고 싶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151]  (0) 2011.01.13
장자[150]  (0) 2011.01.02
장자[148]  (0) 2010.12.19
장자[147]  (0) 2010.12.12
장자[146]  (0) 201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