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54]

샌. 2011. 2. 7. 15:46

지인이란 땅에서는 서로 먹여주고

하늘에서는 서로 즐겁게 하는 것이다.

 

至人者 相與交食乎地

而交樂乎天

 

- 庚桑楚 4

 

장자에서 지인(至人)은 절대자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도(道)와 한 몸이 되어 자유자재로 노니는 사람이다. 신인(神人), 성인(聖人)이라는 말도 같은 의미다. 얼핏 오해하면 장자의 지인은 산 속에 은둔한 도인의 이미지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 나오는 구절을 보자. '지인이란 땅에서는 서로 먹여주고, 하늘에서는 서로 즐겁게 하는 것이다.' 지인이 결코 홀로 깨달음을 추구하거나 자족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땅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 서로 먹여준다는 것은 나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애쓴다는 말이다. 개인의 수행도 중요하지만 그것 역시 세상을 살리기 위한 바로섬이 되어야 한다.

 

수행이나 믿음을 통한 자기완성과 세상에 대한 관심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이번 주 말씀이 마태복음 5장이었는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시면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들이 여러분의 좋은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여러분의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시오." 여기서 '좋은 행실'이란 이사야서에 나오는 대로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사 58, 7]이다. 장자가 말하는, 땅에서는 서로 먹여주고 하늘에서는 서로 즐겁게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수행과 실천의 문제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수행이 우선이고, 참나[眞我]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어리석은 결과가 생긴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수행은 기도와 명상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행실을 보이는 것 역시 수행의 한 방편이다. 궁극적으로는 더불어 사는 선한 사람살이를 통하여 우리는 구원에 이른다. 그래서 장자에서 흔치 않게 나오는 내용인 짧은 이 구절을 나는 좋아한다. 실천에 약한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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