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송년회 / 황인숙

샌. 2018. 1. 8. 13:57

칠순 여인네가 환갑내기 여인네한테 말했다지

"환갑이면 뭘 입어도 예쁠 때야!"

그 얘기를 들려주며 들으며

오십대 우리는 깔깔 웃었다

 

나는 왜 항상

늙은 기분으로 살았을까

마흔에도 그랬고 서른에도 그랬다

그게 내가 살아본

가장 많은 나이라서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

이런 생각, 노년의 몰약 아님

간명한 이치

 

내 척추는 아주 곧고

생각 또한 그렇다 (아마도)

 

- 송년회 / 황인숙

 

 

다가올 날들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이 가장 젊다. 간명한 이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나이 많이 먹었다는 타령을 한다. 지나온 과거를 껴입고 살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지금 젊지도 늙지도 않았다. 그저 현 상태로 존재할 뿐이다. 쉼 없이 변하는 중의 한 찰나를 살고 있다. 그러므로 누구나 나이를 초월해서 삶을 만끽할 수 있다. 해가 바뀌고 나이 셈을 하는 것은 좋으나 전도몽상에 빠지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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