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무로부터 배운 것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무를 소재로 책 한 권 가득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강판권 선생의 솜씨가 놀랍다. 나무에서 배우는 교훈을 내가 쓴다면 과연 몇 페이지나 나갈 수 있을까, 금방 생각이 막혀 버릴 것이다.
선생은 수학(樹學)이라는 새로운 학문 체계를 만드는 생태사학자다. 전공은 사학이었으나 40세가 되어서 나무와 인연을 맺었고, 그 뒤로 나무를 통해 세계사와 문화를 읽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무에 관한 열 권이 넘는 책을 냈다.
<나무 철학>은 3부 28장으로 되어 있다.
제 1부: 순리에 맞게 변화하는
나이테의 철학, 단풍의 철학, 낙엽의 철학, 흔들림의 철학, 원만의 철학, 무심의 철학, 사랑의 철학, 독락의 철학, 위기의 철학, 역지사지의 철학
제 2부: 단순하고 절박한
행복의 철학, 존재의 철학, 일이관지의 철학, 살구나무와 공자의 교육 철학, 묵묵한 소신의 철학, 여락의 철학, 경청의 철학, 연리지의 철학, 매화의 철학
제 3부: 그러나 끊임없이 치열한
아까시나무의 철학, 오동나무의 철학, 다름의 철학, 중도와 중용의 철학, 대추나무의 철학, 모과나무의 철학, 목련의 철학, 역 같은 변화의 철학, 뿌리의 철학
책에서는 공자 말씀이 많이 인용되고 있다. 선생이 제일 존경하는 분이란다. 나무를 통해 공자 사상을 읽어낼 수 있지만, 노장사상도 나무의 철학과 잘 어울린다. 무위나 무소용은 나무를 통해 잘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노장의 눈으로 나무 읽기도 시도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책이 벌써 나왔는지 모르지만.
"나무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산다. 나무가 아낌없이 주는 존재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도 오로지 나무의 이기주의 때문이다. 절대적인 이기주의자라야 다른 존재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 절대적인 이기주의자는 언제나 치열하게 살아간다. 내가 나무를 사랑하는 이유도 치열한 삶 때문이고, 내가 나무 이름을 갖고 있는 것도 그 치열한 삶을 배우기 위해서다. 어떻게 해야 그런 치열함을 배울 수 있을까."
'나무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산다'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나무는 인간을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칭찬하지만 나무가 들으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관점에서 나무를 바라본다. 나무는 나무의 삶을 살 뿐, 세상을 유익하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면서 만물을 이롭게 한다. 이것이 인간과 다른 점이다. 인간은 치열하게 살면, 그 이기성으로 세상에 해를 끼친다. 나무의 이기성은 그렇지 않다.
나뭇잎 하나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사람이 나무처럼 살아간다면 거기가 바로 천국일 것이다. "나무는 새보다 높은 곳에서 삶과 직면하고, 물보다 깊은 곳에서 삶을 모색하며, 예수나 공자보다 먼저 태어나 여전히 사색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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