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손주 따라 사이판(2)

샌. 2018. 7. 21. 14:34

사이판 셋째 날, 하늘이 활짝 개였다. 오늘 밤 별을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에 젖는다. 개인적으로는 사이판의 별 사진을 찍어보는 게 제일 큰 바람이었다. 부피가 나가는 DSLR과 삼각대도 챙겼다. 구름 많은 날씨라는 예보를 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준비한 것이다. 아침 날씨가 지속되기를 빌었다.

오늘은 북쪽으로 올라가며 유명 관광지를 찾아보는 날이다.

혼자 아침 산책을 하는 길이 행복했다.

손주는 일어나나마자 할머니를 찾아왔다. 할머니는 모든 투정을 받아주고 시중을 들어준다.

아이는 엄마를 졸라 또 수영장에 들어갔다. 아침 시간이라 사람들은 없었다.

혼자서 물 미끄럼도 잘 탔다.

맨 처음 들린 곳은 사이판에서 제일 큰 마운트 카멜 성당이었다. 사이판은 스페인 통치를 받아서 가톨릭을 믿는 주민이 가장 많다.

내부 분위기는 우리나라 성당과는 약간 다르다. 그림 장식이 화려하다.

다음은 산타루데스 성당이다. 절벽에 성모 마리아 상이 모셔져 있다. 주위를 둘러싼 거목 뿌리가 신비한 느낌을 더한다. 2차 대전 때 섬이 초토화 되었는데 이곳만 폭격을 면했다고 한다.

코코넛 농장에 들러서 열대 과일 맛을 실컷 봤다.

젊은이들 - 특히 중국인들 - 이 원색의 스포츠카를 몰고와 사진을 찍는 장소다. 사이판 어디서나 불꽃나무를 볼 수 있지만 여기가 제일 유명한가 보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똑 같이 연출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것도 하나의 유행이겠지.

2차 대전 때 일본은 사이판과 괌을 잃으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괌에서 출격한 폭격기가 본토를 공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는 일본군이 최후까지 저항하던 곳이다.

녹슨 탱크 옆에서 아이는 전쟁놀이를 연상하는지 모른다.

만세절벽에는 위령탑이 줄지어 있다.

불명예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바다로 뛰어내렸다.

.............

셋째 날 숙소는 마리아나 리조트다.

짐을 풀고 주위를 산책했는데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해변으로 저녁 노을을 보러 나갔다. 구름이 잔뜩 끼어 노을은 싱겁게 끝났다.

저녁에 보는 교회는 더 예뻤다.

밤이 되어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만세절벽으로 별 보러 나갔다. 북쪽 하늘 일부만 열려 있어 북두칠성은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온 하늘이 구름이 뒤덮었다. 절벽을 때리는 파도 소리가 자장가로 들린 듯 손주는 엄마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사이판 마지막 날, 제일 일찍 일어나서 해안을 산책했다.

리조트 뷔페로 아침을 먹고 짐을 쌌다. 새섬인데 이름대로라면 새들이 날아다녀야 할 텐데 눈을 크게 뜨고 살펴도 없다. 해안 경치는 괜찮은 곳이다. 사이판은 바다색을 빼고는 특별히 멋진 곳은 없다. 제주도가 몇 갑절 위다.

사이판에서 가장 높은 타포차우 산(474m)에 올랐다. 비포장도로지만 정상 바로 밑까지 차가 올라간다. 꼭대기에서는 비가 쏟아져 금방 내려왔다.

정상에서 보이는 사이판 서해안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 공항 인근에 있는 오비얀 비치에 들렀다. 넓은 해안에 원주민 한 가족만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준다길래 밋밋하게 서 있기가 뭣 해서....

손주와 함께 하는 여행이 처음에는 꺼림직했다. 그러나 무조건 거절할 수도 없어 따라간다 했다. 지나고 보니 의외로 재미있었다. 바닷물에 들어간 본 것도 거의 30년 만이었다. 모두 손주 덕분이었다.

요사이 한 달 살기가 유행이다. 사이판도 그 대상지로 적당할 것 같다. 기온은 연중 28도 내외이고 오염 없는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만한 휴양지도 드물다. 다만 우기는 피하는 게 좋겠다.

자식을 데리고 다닌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는 자식을 따라 다니는 처지가 되었다. 책임에서 벗어나니 홀가분하다. 그렇다고 걱정이 없겠는가. 우산과 나막신 장사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이 대동소이하다. 특별한 걸 함이 아니라 저희들끼리 잘 살아주는 게 요사이 효도다. 비행기 창문 밖으로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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