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노무현과 문재인

샌. 2018. 9. 14. 10:42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 때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정책 입안자 상당수가 당시의 아픈 체험을 겪었을 텐데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듯하여 안타깝다.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리고 나서야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다. 사후약방문이다. 이런 즉흥적 처방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순진한 생각을 하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때려잡겠다고 얼마나 큰소리를 쳤는가. 그러나 시장은 콧방귀도 안 뀌었다. 그런 데서 뭔가를 배웠어야 하는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 폭등 쓰린 과거를 갖고 있다. 서울 집을 처분하고 시골로 내려간 건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믿은 일면도 있었다. 시골에 잘 정착했으면 서울 집값이 오르든 말든 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서울로 와야 했을 때는 전세 얻기도 힘들게 되었다. 판 집값이 몇 년 사이에 두 배, 세 배로 치솟을 때는 울화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똑같은 짓거리를 문재인 정부도 하고 있다. 무주택자나 지방에 사는 사람의 상대적 박탈감이 어떤지 체험으로 잘 안다. 결혼한 두 자식은 아직 제 소유의 집이 없다. 어렵게 살면서 집 장만하기 위해 한 푼 두 푼 모으는 게 대견하다. 부동산 투기와 폭등은 그런 젊은이의 꿈을 앗아간다. 정책실장인가 뭣 하는 사람은, 강남에 안 살면 되지 않느냐고 열불 끓는 소리를 해댄다. 저 자신이 강남에 살면서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는 거다.

 

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도 부동산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공염불이 된다. 더 강력하고 확실한 부동산 정책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보유세, 양도세는 아직도 낮다. 토지공개념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주택이나 토지로 이득을 내려야 생각을 아예 못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좁은 국토에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주택이나 토지 정책은 사회주의적 색채가 들어가도 괜찮다고 본다. 환경이 다른 서구 국가와 비교할 게 아니다.

 

분양주택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한다.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도 필요하다. 주택을 재산과 소유의 개념에서 빌려 쓰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20년 이상의 장기 임대라면 굳이 집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집을 소유하면 임대보다 더 부담이 되게 만들면 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집중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회간접자본이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수도를 이전해도 별 문제는 없다. 국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걸림돌이긴 하겠지만.

 

이번 같은 부동산 가격 폭등은 시민 심성에 끼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 대다수 국민의 상실과 좌절감을 어찌 할 것인가. 한탕주의를 자꾸 방치하면 공동체는 붕괴한다. 부녀회의 아파트 가격 담합 행위는 천민자본주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만큼 살게 되었으면 이젠 좀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갖게 될 법도 하건만 하는 짓거리는 너무 천박하다. 정부 탓만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먼저다'는 대통령의 구호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제발 정치 좀 잘 해 주길 바란다. 노와 문, 둘이 친구라고 너무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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