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우리는 언제쯤

샌. 2018. 8. 12. 12:49

안 그래도 푹푹 찌는 날씨인데 더 열을 받게 하는 소식이 들린다. 도로 확장을 하려고 제주도 비자림로의 삼나무를 잘라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사진처럼 2차선 도로를 4차로로 바꾸기 위해 2천 그루가 넘는 삼나무를 벨 예정이라고 한다.

 

 

저곳은 산굼부리 인근 지역이 아닌가 싶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웠던 곳이다. 삼나무 숲 사이로 난 2차로 길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

 

가까이 도시가 없으니 막히는 길도 아니다. 예쁜 길에 빠진 관광객이 탄 차가 서행을 하니 지역 주민으로서는 답답할 수도 있다. 그래도 삼사 분 정도 더 걸릴 뿐이다. 그 시간이 아깝다고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내고 길을 넓히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4차로로 되어 쌩쌩 달리면 길의 정취는 사라지고 만다.

 

선진국은 불편을 감내할지언정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뉴질랜드에서 많은 사례를 목격했다. 도로포장을 하지 않거나, 2차로가 1차로 변하는 길도 많다.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다. 가까운 대마도에서도 옛날의 꾸불꾸불하고 좁은 길을 그대로 두고 있다. 돈이 없고 새길을 낼 줄 몰라서가 아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진다. 우리는 너무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한다. 내 처지가 중요하지 타인이나 자연의 입장에서 현상을 보지 않는다. 숲과 작은 길의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면 섣불리 이런 결정은 내리지 않을 것이다. 이 길은 제주도민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자산이다.

 

결국 의식의 문제다. 이명박 정권 때 4대강 사업 밀어붙이기 같은 마인드가 아직 우리 속에 깊이 남아 있다. 돈이 된다면 못 할 게 없다. 얼마나 잃은 게 많은지 체험하고도 오래된 버릇은 못 고치고 있다. 우리 동네 삼나무 숲을 지키겠다고 주민이 포클레인을 막아서는 모습을 우리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얼마큼 잘 먹고 잘살게 되어야 그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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