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졌다. 한낮 햇볕이 뜨거워도 30도에 미치지 못하니 여름의 기세가 푹 꺾였다. 2018년 올여름의 더위는 대단했다. 기상 관측 이래 제일 더웠다는 1994년의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웠다.
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이 된 날인 폭염 일수는 올해가 31.2일로 1994년의 31.1일을 넘어섰다. 40도를 넘어선 경우도 여섯 차례나 발생했다. 특히 8월 1일 기록한 홍천의 41.0도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그날 서울도 39.6도를 찍었다. 그전까지는 낮 최고 기록이 1942년에 대구 40도가 유일했다. 전국 기상 관측소의 64%에서 역대 최고 기온이 올해 작성됐다.
이만하면 가공할 더위를 올여름에 경험한 셈이다. 거의 한 달 반 동안 외출은 엄두도 못 내고 집에서 에어컨과 함께 살았다. 전기료 걱정은 뒷일이었다. 우선 살고 봐야 했으니까. 아마 도시 사람들은 더 큰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달구어진 아파트 시멘트와 에어컨 실외기, 그리고 자동차에서 나오는 열기는 백엽상 안에서 관측되는 기온을 훨씬 능가했음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런 고온의 여름이 더 이상 이변에 해당하지 않는 데 있다. 1994년의 기록을 깨는 데 24년이 걸렸지만, 2018년의 기록은 더 짧은 기간 안에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 북극 빙하가 2030년이면 소멸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그때가 되면 2018년은 차라리 시원한 여름이었다고 말할지 모른다. 이제 지구 온난화를 멈추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비관적인 예측도 있다. 이미 방아쇠가 당겨졌는가?
우리는 결국 뜨거운 물 속의 개구리가 되는가? 개구리를 찬물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올려주면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익어버리고 만다. 물이 끓을 때까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설마, 라고 하는 말 뒤에는 파멸이 의외로 가까이 있는지 모른다. 지나친 비관이라면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일에는 징조가 따르는 법이다. 다만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2018년은 괜히 뜨거운 여름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무더위가 지나갔다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만은 없다. 왠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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