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설을 지내고 경안천에 걸으러 나가다. 몸속 위장을 운동시켜 주기 위해서다. 뱃속 전쟁이 멈출 기미가 없다. 보급을 끊기 위해 술은 물론이고 커피도 금하고 있다. 두 주째다. 마음대로 먹지를 못하니 몸무게도 61kg대로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된 셈이다.
싸늘하나 공기가 깨끗해 기분 좋은 날이다. 미세먼지 '좋음' 상태가 반갑다. 찬 바람이 불어줘야 미세먼지가 걷힌다. 그래서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다니 통탄할 세상이다.
경안천 주차장에서 돌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데 두 시간이 약간 더 걸린다. 작은 한 바퀴다. 더 멀리 나가는 코스는 세 시간이 넘게 걸린다. 전에는 긴 코스를 주로 다녔는데 요사이는 주로 작은 한 바퀴를 돈다. 이것도 세월이 쌓여가는 징조가 아니겠는가. 몸 이곳저곳이 삐걱거리듯이.
기해년에는 주제 파악을 하며 살고, 조금은 더 너그러워지자고 다짐한다. 어떤 것이 찾아오더라도, 내려주심을 감사하며 살 일이다. 인간이 제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발버둥을 쳐 봐야 도찐개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