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강릉 드라이브

샌. 2019. 2. 13. 22:31

몸은 시원찮고 마음도 서걱거린다. 동쪽으로 차를 몰고 나가다. 강릉이 그리 멀지 않다. 오래된 나무를 만나면 작게나마 위안이 되리라. 바다도 봐야겠지.

경포대해수욕장 바다 바람이 드세다. 내 고향 소백산 능선에서 맞는 바람에 못지 않다. 사람들은 바람 불어오는 방향을 등지고 서 있다. 가슴이 뻥 뚫리고 시름이 다 날라가 버릴 듯하다.

선교장 뒷산 길을 한 바퀴 돌다. 산수유 노란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오죽헌도 들리다. 응당 나무를 만나는 게 목적이다.

見得思義 - 율곡 선생의 말씀인가 보다. "이득을 보거든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라." 옳지 않은 것이라면 이득을 포기할 줄 아는 대장부가 이 시대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죽 파는 집을 찾아 시내를 배회하다. 강릉까지 가서는 죽으로 점심을 때우다. 좋아지긴 했으나 속 컨디션이 아직 정상이 아니다. 건강하고 싶은 건 누구나의 소원이지만 그 역시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테라로사에서는 커피 향만 느끼다. 나무 때문에 들린 곳인데 커피 공장이라는 이곳 분위기가 독특하다. 커피와 빵을 주문하는 줄이 길다. 언젠가 커피를 받아들이게 되면 다시 찾아와야겠다.

갈 때는 베토벤을, 돌아올 때는 시크리트 가든의 볼륨을 높였다. 드라이브는 마음을 정화하는 명상과 같은 효과가 있다. 달리는 차에 심신을 맡기면 저절로 무념무상에 빠진다. 강원도 지방의 한적한 도로일수록 좋다. "사람과 있으면 피곤하지만, 혼자 놀면 편하고 재미나." 어제 Y와 통화할 때 그래 그래, 하면서 서로 박자를 맞췄다. 그 즐거움을 바로 오늘 확인해 보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고려전  (0) 2019.02.21
눈 내리는 아침  (0) 2019.02.19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0) 2019.02.12
경안천 작은 한 바퀴  (0) 2019.02.08
2019 설날  (0) 201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