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

샌. 2011. 1. 18. 18:33

지난해부터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더니 지금은 전반적인 국가 복지에 대한 논쟁으로 번져가고 있다. 어느 정파거나 복지를 정책의 우선과제로 삼지 않고서는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없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도 삶의 질을 중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이 다르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한나라당은 선택적 복지를 주장한다. 보편적 복지는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복지 혜택을 주는 개념이다. 빈부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다. 반면에 선택적 복지는 복지 혜택을 특정 계급으로 한정하는 개념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일률적인 무상급식은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맞춤형 복지라는 표현까지 쓰며 효율적인 복지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견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부자가 빈자에게 베푸는 시혜를 전제로 한 정책이다.


부잣집 아이들까지 국가에서 점심을 공짜로 먹여준다는 것이 어색하게 들릴 수가 있다. 그러나 무상급식이 약자에 대한 시혜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라는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무상급식이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가 있다. 민주당이나 진보 지향의 정당에서는 더 나아가 무상의료와 무상보육까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민 모두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또한 그것은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편적 복지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보편적 복지에서 더 나아가 몇 년 전부터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국민 모두에게 매달 일정액의 기초생활보존비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성인이라면 소득이나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매달 100만 원씩을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구상이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똑같은 금액을 받는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은 얼토당토않게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약 100년 전부터 서구에서 여러 사상가들에 의해 자본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져 왔다고 한다.


기본소득 제도가 주는 장점이 분명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누구나 기본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가 있다. 자본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밥벌이에 구애받지 않고 그림 그리기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지금처럼 안달하지도 않을 것이다. 당연히 입시 경쟁도 한 풀 꺾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그만큼 여유 있고 정신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점도 예상된다. 그럼 누가 일을 하겠느냐는 걱정이 든다. 도덕적 해이나 게으름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보장된다고 사람들이 일을 안 할 것이라는 건 기우에 불과한 것이 밝혀졌다. 다만 돈 몇 푼 더 벌려고 열악한 작업환경을 견디며 자신을 혹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에게는 나쁜 소식이 되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알래스카에서는 몇 년 전부터 모든 주민에게 일정한 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또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실험한 바로는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며칠 전에 KBS TV에서 ‘행복해지는 법’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거기에서 덴마크인들의 행복 비결이 소개되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첫 번째로 꼽혔다. 덴마크는 노후보장이 되는 사회다.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의 복지국가다. 학교를 졸업한 청소년에게는 직업을 얻을 때까지 최고 100만 원의 기본생활비가 지급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으니 누구나 자신의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일을 골라 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없다. 그 대가로 소득의 50% 이상이 세금으로 지출된다. 부자는 당연히 누진세율을 적용 받는다. 그래도 대부분 불만이 없다. 덴마크 사례는 인간이 행복해지는 시스템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게 한다.


기본소득 제도를 실시하는데 제일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재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낱 공상에 불과할 뿐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연구 중에 있는데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한다. 물론 가진 자들의 양보가 우선되어야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본소득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이 제일 장애요인이다. 아이들에게 점심 한 끼 제공하는 것도 말이 많은데 전 국민에게 공짜로 돈을 준다고 하면 대부분이 손사래를 칠 것이다. 소득은 노동의 대가라는 고정관념에서 누구나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러나 주주에게 배당금이 지불되듯 국가가 국민에게 이익을 나누어준다는 관점이라면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도 없다.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던져진 화두가 분명하다. 기복소득 제도가 도입되면 국가가 작동되는 원리가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다. 무상급식에서 기본소득까지 지금의 복지 논쟁이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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