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첫눈 오신 날(12/3)

샌. 2019. 12. 3. 15:06

 

올해 첫눈이 오셨다. 맛보기로 하라는 눈가루가 살짝 뿌리더니 금방 그쳤다. 조금 지나니 가는 비로 변하고 첫눈은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생뚱맞게도 거실 창밖으로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며 죽음을 생각했다. 내 죽는 날에도 이렇게 눈이 오면 좋을 것 같다. 침대는 창가에 있어야겠지. 주위에 모인 사람들과 와인으로 건배하고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지. 소주를 좋아하지만 마지막 술잔에는 달콤한 와인이 담겨야 할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하며 피식 웃었다.

 

(며칠 전 뉴스에 사진 한 장이 떴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 이별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었다. 손에는 모두 와인잔을 들었고, 다들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나 보다. 눈 내리는 날에 내 죽음을 연상한 건 슬픔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걸 본 탓인 것 같다.)

 

12월이 되니 여기저기 송년회 소식이 들린다. 어떤 모임은 시끌벅적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 같다. 참가 독려 메시지도 날아온다. 시간에 매듭을 지어놓고 연례행사로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긴 걸까. 나는 송년회 분위기가 싫다. 요란스레 맞이하는 새해도 마찬가지다. 송년이라는 간판을 내 건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으련다. 혼자 조용히 보내고 맞이하는 연말연시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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