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금강경[7]

샌. 2020. 1. 13. 10:53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가 얻은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이라고 할 무엇이 있겠습니까? 또한 여래가 말한 진리가 있겠습니까?"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사뢰었네.

"행복하신 분이시여, 제가 부처님 가르침을 이해하기로는 '이것이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이다'라고 할 그런 진리는 없겠습니다. 또한 여래께서 '이것이 진리다'라고 말씀하실 그런 진리도 없겠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진리는 알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진리는 진리도 아니고 진리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현자와 성자들은 나 없는 진리로 가르침을 나투시기 때문입니다."

 

- 금강경 7(얻을 깨달음도 말할 진리도 없어, 無得無說分)

 

 

'나 없는 진리의 가르침'이 한문으로는 '무위법(無爲法)'으로 나와 있다. '나 없는 나'가 하는 모든 행위가 '무위(無爲)'다. 무위란 '하지만 하지 않음'이다. 에고에서 나오지 않으니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무위는 도가 철학의 중심 사상이다. <금강경>에 나오는 무위와 대의는 같다고 본다. 수보리 장로의 대답을 보면서 <도덕경>의 첫 구절,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이 떠올랐다. 인간의 개념이 만들어낸 깨달음이나 진리는 환상일 뿐이다. 또한, 기독교 언어로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다. "하느님은 없이 계시는 분이시다." "하느님은 아무 것도 하시지 않지만 모든 일을 하신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경[9]  (0) 2020.01.28
금강경[8]  (0) 2020.01.21
금강경[6]  (0) 2020.01.03
금강경[5]  (0) 2019.12.27
금강경[4]  (0) 2019.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