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었다가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고
하늘도 그런데 하물며 세상 인정이랴
나를 칭찬하다가는 다시 나를 헐뜯고
이름 피한다면서 도리어 이름 구하네
피고 지는 저 꽃을 봄이 어찌 주관하며
가고 오는 저 구름과 산이 어찌 다투리
바라건대 사람들아 이 말을 기억하라
평생 동안 즐거운 곳 어디에도 없느니
乍晴還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譽我便應還毁我
逃名却自爲求名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寄語世人須記憶
取歡無處得平生
- 변덕스런 날씨(乍晴乍雨) / 김시습(金時習)
"雲去雲來山不爭(구름 가고 구름 오되 산은 다투지 않는다)", 시를 읽어 내려가다가 여기에서 오래 멎는다. 하늘조차 변화무쌍한데 세상사야 오죽하겠는가.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인심은 더 말할 나위 없으리라. 돈, 건강, 명성, 그 어느 것이든 일일이 쫓아다니며 사나운 개처럼 짖어대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구름이 가든 오든 묵묵한 산이 되어야 하리라. 그저 흘러가는 것을 관조하는 속에 나만의 즐거움이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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