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태풍 지난 하늘

샌. 2020. 9. 4. 11:06

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하늘 좋고 바람 서늘해 경안천에 나갔다. 해는 숨바꼭질하듯 구름 뒤로 들락날락하는 걷기 좋은 날이었다. 이런 날은 하늘 구경만으로도 본전을 뽑는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중이어선지 밖에 나온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구름만 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올여름은 8월 중순까지도 장마 속에 갇혀 있었으니 더위를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지나갔다. 유별난 2020년인데 올가을은 어떤 걸 선물할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요즘 같으면 나라나 개인이나 그저 별 탈 없기를 바랄 뿐이다.

경안천에서는 아내, 손주와 차례로 합류했다. 손주가 유치원에 못 가게 되니 다시 야외에서 손주 얼굴을 보게 된다. 봄보다 마음의 키가 훌쩍 큰 것 같다. 아이들 커가는 것만큼 늙는다면, 나는 아마 폭삭 삭아 있을 것이다.

오늘은 하늘에 홀려서 쉬엄쉬엄 걸었다. 전망 좋은 벤치에 앉아 서늘한 태풍 뒷바람을 맞으며 바쁘게 변하는 하늘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다. 10호 태풍 하이선도 한반도로 향해 올라오는가 보다. 이래저래 요란한 2020년이다.

▽ 한반도에 상륙한 마이삭과 20N에서 북서진하고 있는 10호 태풍 하이선(2020. 9. 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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