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설봉산 걷기

샌. 2020. 8. 24. 20:36

이천에 있는 설봉산(雪峯山, 394m)을 걸었다. 야트막한 산이라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 둘레길처럼 편하다. 그래도 지치는 것은 뜨거운 여름 날씨 탓이 크다.

능선에만 올라서면 길은 아주 순하다. 더구나 길은 나무가 감싸고 있어 주로 그늘 속을 걷는다. 8년 전에 왔을 때는 반 바퀴만 돌았는데 오늘은 완전히 한 바퀴를 돌기로 한다.

설봉공원 주차장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걷는다면 제일 먼저 호암약수를 만난다. 그런데 약수를 받는 용기가 집 화장실에서 보는 것이다. 이런 것도 발상의 전환인가? 실용면에서는 최고이긴 하지만...

설봉산에는 삼국시대 때 만든 설봉산성이 있다. 산성의 둘레는 약 1km이고 화강암으로 바른층 쌓기를 하였다. 여기는 높은 산이 없어서 이곳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군사 요충지였을 법하다. 백제 토기가 출토된 까닭에 백제 석성일 가능성이 높다.

봉화대도 있고,

사직단도 있다. 삼국시대 때는 전국의 명산에서 제(祭)를 올리는 관습이 있었다는데, 이 제단도 그러한 역할을 했으리라 추정한다.

설봉산 정상.

작은 산이라고 얕보다가 정상으로 가는 길을 잃고 헤맸다. 뒤따라 오던 고등학생도 나 때문에 덩달아 알바를 했다. 소경이 길을 인도한 셈이었다. 산길은 그나마 감이라도 잡을 수 있지, 영혼의 목자를 잘못 택하면 천국을 바라다가 지옥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오백 년 된 소나무라는데 글쎄다.

이천읍과 마장면을 이어주던 화두(火頭)재다.

숲 터널.

이섭봉(利涉峯)에서는 이천시가 내려다 보인다. 이천(利川)이라는 지명은 태조 왕건이 천하를 통일한 기념으로 <주역>에 '이섭대천(利涉大川)'에서 두 글자를 취해 명명했다고 한다. '이섭대천'은 홍익(弘益), 상생(相生), 개척(開拓)의 의미라고 한다.

산을 다 내려간 지점에 학소정(鶴巢亭)이 있다. 설봉산은 산의 모양이 학이 나래를 편 모습과 같아 하여 부학산(浮鶴山)으로도 불리어 왔는데, 학의 날개 끝에 달린 새 둥지와 같다 하여 학소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정자가 영 볼품이 없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밑으로 내려오니 여름 햇살이 따갑다.

설봉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설봉산을 한 바퀴 돌고 원점 회귀했다. 전체 길이는 7km쯤 된다. 알바 30분 포함해서 3시간 30분이 걸렸다. 유람하듯 걸었다고는 해도 내 걸음이 많이 느려졌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받아 들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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