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백운호수 한 바퀴

샌. 2020. 8. 18. 19:30

답답해서 집 밖으로 나왔다. 언뜻 생각난 게 의왕에 있는 백운(白雲)호수였다. 집에서 차로 30분이면 넉넉히 갈 수 있는 거리다. 호수 둘레로 산책로가 완성되고 나서는 처음 찾아가 본다.

백운호수 주변도 많이 변하고 있다. 호수와 운산 사이 지역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대규모 쇼핑몰도 들어서는 것 같다. 예전의 시골스런 정취를 기대하긴 힘들게 생겼다.

산책로는 호수 둘레를 따라 나무 데크와 흙길로 되어 있다. 오르내림이 전혀 없는 평탄한 길이다. 전체 길이가 3km로 40분이면 한 바퀴를 돈다. 그런데 여름 한낮 땡볕 속을 걷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장맛비가 호수로 흘러들어간 흔적이 남아 있다. 백운호수는 1953년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도시인의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전에는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여기를 주로 찾았다.

산책로 옆에는 논도 있다. 작은 벼꽃이 보인다. '행복'이라 적힌 벼 아트도 재미있다.

긴 길을 홀로 전세 내서 걸었다. 나를 위해서 이런 길이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얼마나 부자인가. 내가 걷는 동안은 산도, 물도, 하늘도 다 내 것이 아닌가 말이다. 소유권 등기가 되어 있어도 즐기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코로나19 경계령이 다시 내렸다. 2차 대유행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당국의 경고다. 인간은 얼마나 더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릴까. "너희들 아직 멀었어. 뭣이 중한지 여태 모르고 있단 말이야?바이러스가 인간을 조롱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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