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파란에서 부활로

샌. 2020. 8. 13. 11:02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소마미술관에서 류인 작가의 조각전이 열리고 있다[2020.5.19 ~ 10.4]. 전시 주제가 '파란에서 부활로'이다. '파란'은 한자로 '破卵'으로, '알을 깨고 나온다'는 뜻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말인 듯하다.

류인(柳仁, 1956~1999)은 요절한 천재 조각가다. 40대 초반에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고작 10여 년간 활동을 하면서 7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전통적 방법으로 인체를 다루면서도 현대적인 표현을 구사하여 한국 현대 구상조각의 독보적 자취를 남겼다고 한다.

입방체 속에 갇힌 인간이 굴레를 깨고 나오려는 몸부림을 표현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작품 제목에 '입산(入山)'이나 '파란(破卵)'이 들어간 연작이 여럿 있다. 무척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인간은 초극되어야 하는 존재임을 작가는 강조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 평생 병고에 시달린 작가의 생에 대한 의지가 일부분 드러난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 입산

△ 입산

△ 하산

 

△ 파란

이런 작품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와 투쟁이 읽힌다. 평생 관절염을 앓은 작가의 손가락 모양이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 급행열차: 시대의 변

고속으로 달리는 현대문명이라는 급행열차에 탑승한 머리 없는 인간 군상의 모습이다. 인간성을 상실한 채 획일적으로 끌려가는 우리들의 초상이 아닐까.

△ 뢰(雷)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얼굴이 없어질 정도로 일체가 되어 격렬한 입맞춤을 하고 있다.

△ 입허

△ 밤-혼

친구의 추천으로 이 조각전을 보게 되었다. 류인이라는 작가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사실 제대로 아는 미술 작가도 별로 없지만), 주제를 전하는 강렬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

전시회를 보고 나서는 올림픽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장마 틈새에 잠깐 비 그친 날이었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 지난 뒤  (0) 2020.08.22
백운호수 한 바퀴  (0) 2020.08.18
우중 산책  (0) 2020.08.11
반짝 뒷산  (0) 2020.08.06
땀 쏟으며 오른 백마산  (0) 202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