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꼬리가 길다. 다음 주까지 비 예보가 나와 있으니, 잘 하면 장마 종료일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때는 1987년의 8월 10일이었다.
오후에 반짝, 하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부리나케 배낭을 메고 뒷산에 올랐다. 많이 게을러졌지만 이만한 의욕이라도 남아 있으니 다행이 아니겠는가.
한밤중에 요란하게 비가 지나갔는가 보다.
산길에도 빗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남아 있다.
목현천은 흙탕물이다. 하천 옆 길은 아직 통제할 정도는 아니다.
앞에 걸어가는 80대 노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입성으로 봐서 교양 있고 세련된 분들 같다. 씩씩한 할머니는 여행용 가방을 밀면서 앞서고, 할아버지가 뒤따른다. 두 분 간격이 자꾸 벌어진다. 젊었을 때 모습과 반대로 되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그렇게 되는가 보다. 나도 걸음을 늦추고 두 분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목현천 화단의 백일홍은 장마 속에서도 꿋꿋하다.
가능하면 자연에 피해를 덜 끼치면서 돈과 명성을 바라지 말고 그저 조용히 잊혀지는 삶, 이것이 요사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다. 삶에 의미가 있다면 오직 이것이 아니겠는가. 긴 빗속에서도 홀로 의연한 백일홍처럼, 그렇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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