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땀 쏟으며 오른 백마산

샌. 2020. 8. 1. 11:59

올해는 장마가 길다. 중부지방은 다음 주가 지나야 끝난다는 예보다. 8월 초순까지도 장맛비가 오락가락할 모양이다.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비 멈춘 날, 백마산에 올랐다. 산행 장비를 꾸린 건 오랜만이다. 작년 10월이 마지막이었으니 아홉 달이 넘었다. 지금은 발바닥 통증이 많이 가라앉아서 가벼운 산행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습도 높은 눅눅한 날씨 때문에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수건 두 개가 금방 축축해졌다. 산 입구에서는 산모기가 떼로 달려들더니 다행히 산속에 들어가니 덜해졌다. 산모기를 쉼 없이 괴롭히는 잡념과 망상으로 해석한다면, 산에 오르는 과정을 깨달음의 길로 비유해도 괜찮겠다. 번뇌의 바탕은 탐욕과 시기다. 높이 올라가면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지상의 집착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어쩌다 돌풍이면서 산모기를 싹 날려버린다. 생활 속 작은 돈오(頓悟)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기본은 점수(漸修)일 수밖에 없다. 꾸준한 한 걸음 한 걸음이 나를 정상으로 올린다. 어느 단계에 이르면 힘든 것도 잊어버리고, 발걸음의 리듬에 몸을 맡기게 된다. 망아(忘我)의 경지다. 산행은 깨달음의 체험과 비슷한 데가 있다.

긴 산길에서 유일하게 이 참나리 하나를 봤다.

정상 500m 전 헬기 착륙장에서 전망이 확 트인다. 습도 높은 날이라 시야가 흐리다.

점심은 찹쌀 비빔밥 도시락이다.

정상에는 백마산(白馬山, 434m) 유래가 적혀 있다.

"백마산은 경기도 광주시의 남부 초월읍, 도척면, 오포읍의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전국을 순유하던 도선국사와의 인연이 얽힌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도선국사가 후백제의 견훤을 물리치고 고려를 개국할 재목으로 왕건을 지목하고, 그의 휘하 군사들을 훈련시킬 장소로 백마산 일대를 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지지자료>에 광주군 오포읍 산곡면 양천리에 소재하는 백마산과 주봉인 발리봉이 매곡리에 소재한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정상에서 쌍동리로 하산한다. 이 길에는 바위와 석탑이 자주 보인다.

못 생긴 버섯 가족.

경기주유소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멀리 보이는 산이 오늘 올랐던 백마산이다.

오늘 산행 거리는 약 7km, 4시간 30분이 걸렸다. 비록 얕은 산이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다. 뒷산과는 또 다른 느낌인, 홀로 걷는 산길의 맛을 오랜만에 만끽했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중 산책  (0) 2020.08.11
반짝 뒷산  (0) 2020.08.06
광릉수목원 산책  (0) 2020.07.29
장마 사이 뒷산 한 바퀴  (0) 2020.07.26
정림사지5층석탑  (0) 2020.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