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연천 나들이

샌. 2020. 9. 16. 11:01

연천에 하루 나들이를 다녀왔다. 코로나가 약간 주춤해져서 조심스런 외출은 괜찮을 것 같아서다. 밖에 나갈 때면 대개 아내와 동행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번에는 나 홀로 나들이가 되었다. 같이 가면 같이 가는 대로, 혼자면 혼자인 대로 좋다.

경기도 북부에 있는 연천은 휴전선에 접한 지역이다. 군대 있을 때 완전군장으로 휴전선 철책선까지 100리 행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 사단 관할 지역이었던 연천을 지나갔다. 그 뒤로 하루를 온전히 시간 내서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찾은 곳은 임진강 절벽 위에 있는 고구려성인 '호로고루'다. 이름이 낯설며 발음하기 어렵다. 자연히 무슨 뜻인가 궁금해진다. 임진강을 옛날에는 호로하(瓠蘆河)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임진강가의 옛 성'이라는 뜻의 호로고루(瓠蘆古壘)다.

이곳은 6, 7세기에 고구려의 남쪽 국경 지대였다. 고구려는 임진강 하류에서부터 상류 쪽으로 덕진산성, 호로고루, 당포성, 무등리 보루 등 10여 개의 성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했다. 호로고루는 그중 하나다. 성 모양은 삼각형인데 두 면은 절벽 지형을 이용하고, 동쪽 부분만 성을 쌓았다. 성의 전체 둘레는 400m 정도 된다.

평일인데도 성에 사람들이 왜 많은가 했더니 다들 사진 찍느라 바쁘다. 여기가 무슨 드라마 촬영지였던 모양이다.

호로고루 인근에 신라 경순왕릉이 있다.

경순왕(敬順王, 재위 927~935)은 신라의 마지막 왕이다. 당시 한반도는 후백제, 신라, 고려로 분열된 후삼국 시대였다. 기울어가는 나라를 되살리기 힘들었다고 판단한 경순왕은 고려 왕건에게 신라를 넘겨주었다. 이미 국가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다.

경순왕은 왕건의 딸을 아내로 맞아 개성에서 살다가 죽었다. 그는 죽어서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묻혔는데, 신라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경주를 벗어난 곳에 있다.

숭의전(崇義殿)은 조선시대에 전 왕조인 고려의 태조 왕건을 비롯한 4명의 왕과 충신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을 지내기 위해 만든 사당이다. 아마 고려 왕족이나 유민들에 대한 회유 차원에서였을 것이다. 이곳은 원래 왕건의 원찰이었던 앙암사가 있었던 곳인데, 1397년에 사당을 건립하고 1451년에 숭의전이라 이름 지었다.

숭의전 앞이 임진강인데 짙은 나무에 가려 시원했을 조망이 가려진 게 아쉽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삼각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재인폭포로 향했다.

'재인(才人)'이라는 사람에 얽힌 두 가지 버전의 전설이 안내판에 적혀 있다. 이름대로 '재인'은 재주 많은 남자였던 것 같고, 재주로 인해 불행하게 된 사연 같다.

재인폭포는 한탄강의 주상절리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폭포다. 그러나 폭포 아래로 가까이 갈 수 없는 점이 아쉽다. 밑에서 본다면 훨씬 더 멋질 것 같다. 폭포 주변은 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하다. 폭포 앞에 출렁다리를 만드는 공사로 보이는데 글쎄, 오히려 이 다리가 경관을 어지럽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바깥 공기를 쐴 겸 가볍게 연천에 다녀왔다. 직접 가 보니 임진강과 한탄강이 연천에서 만나고 있다. 무엇보다 강변 풍경이 아름다운 지역이다. 강변을 따라 난 평화누리길, 주상절리길도 자꾸만 나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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