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사이에 태풍 세 개(8호 바비, 9호 마이삭, 10호 하이선)가 지나갔다. 세 태풍은 한반도를 북진해서 통과했다. 기상청 설명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강해서 일본쪽으로 휘지 못했다고 한다.
오래 비를 맞아서 뒷산길은 폭신했다. 드디어 산길 걷기 좋은 때가 찾아왔다. 여름보다 습도가 낮아 상쾌하고, 산모기와 날벌레가 없어 깨끗하다. 오늘 산길에서는 두 시간 정도 걷는 동안 예닐곱 명과 마주쳤다. 코로나로 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코로나 전이었다면 한두 명 마주치는 게 고작이었다. 평균 20분에 한 명씩 만나는 꼴이니 마스크를 안 써도 괜찮다. 그래도 좁은 산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서로가 조심하며 멀리 떨어져 지나친다.
태풍에 부러진 나무도 보였다. 이 나무는 줄기에 비해 키가 너무 웃자랐다. 나무나 사람이나 먼저 내실을 다질 일이다.
태풍이 늦더위를 싹 몰아냈다. 눈을 들면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다. 뒷산 중턱에 있는 마을은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말자. 빈틈과 적당한 거리 두기, 굳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