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고향집에서 김장을 하다

샌. 2010. 11. 21. 18:56


고향집에 내려가 김장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내려가니 어머니와 동생들이 김장 버무릴 준비를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네 집이 합쳐 150 포기 정도를 담갔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힘들었다. 조카가 와서 내 할 일을 다 해 주었는데도 그랬다. 마음이 편치 못해 사실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귀찮다고 마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에는그래도 함께 모인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괜찮았으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성가셔진다. 더구나 요사이는 마음이 한창 심란한 때다. 바로 전날은 골치 아픈 통보도 받았던 터였다.

 

동생들은 대단하다. 일 하는 것이나 어머니를 챙기는 것에서 나는 동생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니 소외감이 느껴지는 것은 순전히 나의 자업자득이다. 동생들 입장에서는 장남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형이 마땅찮을 것이다. 어딘가에서 연결고리가 잘못되어 있다. 언젠가는 제 위치를 찾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

 

김치 외에도 어머니가 농사 지은 걸 바리바리 싣고 돌아왔다. 늘 죄송하기만 하다. 집에 와 전화를 드리니 내려와줘서 고맙다 하신다. 나도 부모가 되었지만 자식이 어머니 마음의 몇 분의 일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식 노릇, 부모 노릇, 형 노릇 등 세상살이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너무 많다. 요사이는 그게자꾸무거운 짐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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