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수능 시험 보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감독이 빠졌다. 주말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북한산에 오르기로 했다. 며칠 전에는 첫째가 떨어지는 문짝에 발을 다쳤다. 발가락뼈가 깨질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아침에는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 받게 하고 광화문에 있는 직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바로 북한산으로 향했다.
가볍게 비봉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는데 산에 드니 아내의 걷기 욕심이 또 발동했다. 늘 그렇다. 이왕에 온 것 좀 더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문수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길은 돌과 계단이 많아 좋지 않았다. 천천히 거북이 산행을 했다. 그래도 우리보다 뒤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햇볕 따스한 대남문 앞에서 도시락을 열었다. 내년에는 이런 시간들이 많아질 것이다.
비봉능선으로 연결되는 내리막길도 가파르고 사나웠다. 이런 줄 알았으면 다른 코스를 갔을 것이다. 작년에도 지났던 길인데 머리에 전혀 입력되어 있지 않았다. 비봉능선 잠깐 동안만 흙길을 걸을 수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달갑지 않은 길이었다. 사모바위를 지나 승가사로 내려가야 하는데 지나쳐버렸다. 비봉을 지나서야 알아채고 다시 되돌아갔다.
남들이 일하는 평일에 산행을 하니 조용하고 여유가 있어 좋았다. 내심으로는 고소한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지겨워지도록 이런 시간들이 나에게 주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갇힌 생활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 산행경로; 이북5도청 - 구기분소 - 삼거리 - 대남문 - 청수동암문 - 비봉능선 - 사모바위 - 삼거리 - 이북5도청
* 산행시간; 4시간(11:30-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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