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마지막 차르

샌. 2021. 7. 28. 12:30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차르였던 니콜라이 2세와 가족의 몰락을 다룬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고 황실 가족은 유폐되었다가 일곱 가족이 동시에 처형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마지막 차르'는 니콜라이 2세가 알렉산드라와 결혼하고 차르로 즉위하는 1894년부터 마지막 때인 1918년까지의 이야기다. 워낙 격변기였는 데다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아 6부작이 짧을 정도로 몰입해 봤다. 역사학자의 고증을 통해 정확하게 묘사하려고 한 점도 좋았다.

 

니콜라이 2세는 사람은 좋지만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무능한 황제로 나온다. 거기에 황후마저 요승 라스푸틴에 빠져 가족의 안위만 살필 뿐 백성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하느라 황제가 전선에 나가 있는 동안 황후와 라스푸틴이 국정을 농단한다. 황실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원성이 점점 높아가지만 막다른 골목에 이를 때까지 황실에서는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혁명의 불길이 타올라도 백성이 황실을 버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에만 집착했다. 일종의 확증편향에 갇힌 셈이다.

 

왕조가 망하려면 온갖 악재가 겹치는 법이다. 또한 망하는 데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여기서 국가 지도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니콜라이 2세가 좀 더 현명했다면 온 가족이 몰살당하는 비극은 겪지 않았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니콜라이 2세는 러시아가 과격한 볼셰비키 혁명 대신에 입헌군주제로 변화하도록 유도했어야 했다. 니콜라이 2세는 인간적으로는 선량했지만 거대한 제국을 이끌기에는 함량 미달이었다. 그는 평화 시대였다면 인자한 군주로 남았을지 모른다.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4녀 1남의 자녀들은 한밤중에 지하실에 끌려가서 총살을 당했다. 이때 100발이 넘는 총알이 퍼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시신은 불태워지고 인근 숲에 암매장 되었다. 1990년대가 되어서야 유해가 발굴되고, DNA 감식 결과 황실 가족으로 판명되었다. 역사상 황실의 마지막으로서 이토록 처참한 광경은 다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 가족의 비극은 너무나 애잔하다. 이는 러시아 공산 혁명이 저지른 수많은 학살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비극적인 사태의 시발은 1905년의 '피의 일요일'부터였으니 1917년까지는 백성을 살피고 위무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안타까울 뿐이다.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백성의 소리에 귀를 닫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조선조 말을 돌아보아도 알 수 있다. 무능하고 사리사욕만 채우려는 왕조 때문에 우리는 나라를 빼앗겼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할 것이다. 한 나라의 흥망은 역사의 교훈을 얼마나 잘 배우고 현실에 적용하느냐에 달렸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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