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 나오는 '좋은 국가'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 책의 내용으로 봤을 때 지은이가 말하는 '좋은 국가'는 '선진국' '강국' '선도 국가'의 의미로 쓰인 것 같다. 나는 '좋은 국가'를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에 바탕을 둔 나라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구촌에서 찾는다면 부탄이 제일 비슷하지 않을까.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나라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지점을 지나고 말았다.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스웨덴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스톡홀름 싱크 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연혁 선생이 쓴 책이다. 지나온 역사에서 세계의 중심 국가로 부상했던 여러 나라 - 스페인, 네델란드,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 의 성공 뒤에 숨겨진 열쇠를 찾아본다. 무엇이 이들을 부강하고 선도적인 국가로 만들었는가?
선도 국가는 경제력이나 군사력만 강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어낸다. 즉, 사상의 뒷받침이 없으면 선도 국가가 될 수 없다. 영국과 프랑스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토대를 만들었고, 미국은 제도주의와 헌법이라는 가치를 실현시켰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보편적 복지를 통해 평등의 가치를 세계에 전파했고, 네델란드는 국책은행과 주식회사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선도 국가는 창의성을 통해 앞서가고 만들어내는 나라다.
지은이는 좋은 국가의 조건으로 여섯 가지를 든다. 정체성이 분명한 국가, 정통성을 확보한 국가, 국민과의 교감을 거친 국가, 책임정치가 가능한 국가, 통합의 정치를 펼치는 국가, 균형 잡힌 분배가 이루어지는 국가다. 이 기준에 따르면 북유럽의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나라가 좋은 국가에 제일 가까워 보인다. 이런 스칸디나비아 모델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사회주의 또는 빨갱이 나라를 만들려고 한다고 저항하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좋은 국가가 되려면 좋은 교육 시스템이 받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교육 문제를 다루는 비중이 낮지만, 그래도 교육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 부분을 옮긴다.
"교육 개혁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교육 개혁은 창의 교육과 인성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입시 위주의 수업과 학력 평가 위주의 교육 제도는 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말살한다. 교육 개혁은 건강한 시민 의식 육성을 기본으로 한 인성 교육으로 바뀌어야 이루어진다. 핀란드 교육을 살펴보고 돌아온 수많은 교육자들이 좌절하는 것은 탁아소부터 대학 교육까지 교육계의 전반적 개혁이 없는 한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 개혁은 시도 교육감 선거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국가대계의 책임자로서 여야 정당, 교육 단체, 사교육 단체, 부모 대표들과 함께 숙고해 국가 교육 발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의 개혁안이 사장되지 않도록 여야, 사회단체가 반드시 함께 참여하는 국민대회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짜집기 교육 개혁이 이뤄져서는 국가를 책임질 미래 세대를 제대로 교육할 수 없다."
내년 봄이면 대선인데 교육 개혁이 후보자들 정책의 우선순위로 떠올랐으면 좋겠다. 지은이가 말한 대로 국민대회의 같은 기구를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 개혁의 기초를 하나하나 놓았으면 한다.
남북통일이 되면 우리나라도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체제의 국가를 만들면 된다. 남과 북이 반대되는 정치 체제로 오랫동안 반목하며 지내온 것은 대통합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계에 제시하기 위한 준비였는지 모른다. 서구 문명이 저물면서 동아시아가 세계의 중심 무대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중국이나 일본은 저들의 반민주적인 행태로 볼 때 한계가 있다. 반면에 우리는 역동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여기에 남과 북이 하나로 되면 국가 개조를 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좋은 국가'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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