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

 

1980년대 후반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오쇼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내 책장에도 그때 사서 읽었던 오쇼 책이 10여 권 꽂혀 있다. 기성 종교나 체제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던 사람들이 오쇼에 심취했다.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넘나들며 펼치는 그의 화려한 필체에는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뭔가가 있었다.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는 넷플릭스에서 만든 6부작 다큐멘터리다. 1981년에 오쇼는 인도 아쉬람을 정리하고 미국 오리건주 앤털로프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다.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은 오쇼의 비서였던 쉴라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공동체 실험의 시작부터, 주민과의 갈등으로 실패해서 1985년에 철수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쉴라를 비롯해서 그때의 운동에 함께 했던 사람들, 그리고 반대편에서 오쇼와 싸운 사람들의 인터뷰가 섞여 있어 훨씬 실감이 난다.

 

양 진영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면서 중립적 입장에서 제작한 듯 보이지만, 제목에도 드러나듯이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는 인간의 광기를 고발하는 듯한 다큐멘터리다. 아쉽게도 이 다큐멘터리가 오쇼의 사상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반면에 영상으로 보이는 오쇼의 과격한 명상법과 공동체 안에서의 프리섹스가 일반인이 보면 오쇼 공동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만하다. 보수 기독교가 주류인 미국 앤털로프 마을의 주민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오쇼가 돈을 긍정하고 본인 역시 사치품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최고급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니지만 추종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가 보다. 영적 스승이라고 하면 세속을 초월해서 청빈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오쇼는 이를 행동으로 깨부순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자는 물욕을 멀리해야 한다는 일반 종교의 가르침을 조롱하는 것이다. 이런 파격이 오쇼의 매력인지 모른다.

 

미국 공동체 실험의 주인공은 쉴라였다. 쉴라는 냉철하고 추진력이 강하며 자신의 마스터에 대한 헌신이 대단한 여성이었다. 주민과 미국 정부와의 갈등의 중심에 역시 쉴라가 있었다. 공동체 내부의 세력 싸움 끝에 쉴라는 공동체를 떠나고 오쇼와 척을 지게 된다. 한 공동체가 생겼다가 무너지는 일반적인 과정을 여기서도 똑 같이 볼 수 있다. 오쇼 아쉬람 사람들에게 쉴라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지만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런 대담한 공동체 실험의 추동력도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는 인간의 종교적 욕구나 본능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인간이 이성적 존재로 보이지만 너무나 쉽게 이념의 도가니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 인간의 약점을 노린 사기꾼으로 오쇼를 보는 사람도 있다.

 

오쇼는 미국이 받아들일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틀을 깨려는 선구자는 기존의 가치 체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오쇼를 쫓아내기 위해 미국 정부는 어떤 짓이라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2천 년 전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일어난 예수 운동을 떠올렸다.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중심 인물과 추종자와의 관계에서는 공통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인도로 돌아간 오쇼는 1990년에 세상을 떠났다. "너희에게 내 꿈을 남긴다." 오쇼의 마지막 말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