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누구나 찌질한 면이 있다. 소위 위인이라고 불리는 인물도 예외가 아니다. 보통의 위인전은 찌질한 면은 드러내지 않고 비범한 능력이나 업적만 자랑한다. 지나친 미화에 실상 왜곡이다. 어릴 때는 누구나 위인전을 보며 자란다. 훌륭한 사람을 본받으라지만 지금 돌아보면 위인전이 과연 아이들 인성에 선한 작용을 하는지 의문이 든다. 전쟁을 일으키고 수만 명을 죽인 놈도 위인에 들어가 있다.
<찌질한 위인전>은 그런 위인전에 딴지를 건다. 함현식 기자가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모았다. 책에는 아홉 명의 인물이 나온다. 우리가 완전한 사람이 아니듯, 그들 역시 완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적이고 오히려 빛나 보인다. 자신의 약점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찌질함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맞서 싸우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도 있다.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안한 미래와 고뇌하는 현실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점을 일깨워준다.
1. 김수영 - 시인으로 살기 위해 자기를 고발한 남자
2. 빈센트 반 고흐 - '의존'함으로써 '생존'했던 화가
3. 이중섭 - 철없는 가난뱅이
4. 리처드 파인만 - 완전한 사랑을 꿈꾼 남자
5. 허균 - 천재에서 괴물이 된 아웃사이더
6. 마하트마 간디 - 평화주의에 가려진 보수주의자
7. 어니스트 헤밍웨이 - 관계의 파괴자
8. 넬슨 만델라 - 감옥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은 무기수
9. 스티브 잡스 - 좌절과 도취를 반복했던 인격장애자
위인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시대가 만들기도 한다. 1948년에 남아공에서 극우 국민당 정권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넬슨 만델라는 없었을지 모른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입양을 가지 않아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앓지 않았다면 집요하게 목표를 향해 돌진할 수 있었을까. 비단 위인만이겠는가. 모든 인간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위인들이라고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특정 분야에서 보인 천부적인 자질로 인하여 그들은 자신의 찌질한 모습에 더 절망했을지 모른다. 업적이나 결과를 떠나 과정을 본다면 그들의 삶 역시 우리처럼 못나고 변변찮았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위인은 못 되더라도, 우리들 또한 각자 부여받은 바대로 자기 인생의 위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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