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200일 & 50일

샌. 2022. 9. 25. 11:11

200일은 TV를 멀리 하고 있는 날짜다. 올 3월 9일에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애석하게도 바라지 않던 후보가 당선되었다. 표차는 0.7%였다. 앞으로 5년 동안 TV 화면으로 그를 봐야 하는 일이 견딜 수 없었다. TV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200일이 지났다.

 

단, 스포츠 중계는 예외다. PBA 당구대회가 열리면 어쩔 수 없이 TV를 켠다. 다음달부터 배구 시즌이 시작된다. 여자배구를 좋아하니 자주 TV 앞에 앉게 될 것이다. 그 정도는 허용하기로 한다.

 

왜 그 사람이 싫을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적은 없었다. TV를 안 보겠다는 결심도 처음이었다. 요사이 그 사람이 보여주는 처신을 보면 내 판단이 얼토당토한 것은 아니다. 부인한테서 받는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TV를 보지 않으니까 좋은 점이 더 많다. 광고까지 보너스로 사라진다. 괜히 낯 붉힐 일도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 XX" 하면서 수없이 혈압이 올라갔을 것이다. 세상 소식은 핸드폰에 올라오는 뉴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아예 내 취향이 아니다. TV가 없어도 아쉽거나 심심하지 않다.

 

50일은 금주하고 있는 날짜다. 잊을 수없는 8월 4일이었다. 내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 날이었다. 아무리 저주를 해도 부족했다. 원인은 오직 하나, 술이었다. 죽을 때까지 단주(斷酒)를 하겠다고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술꾼에게 이런 각오가 어디 한두 번이었겠는가. 그동안 여러 번 금주를 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알코올의 유혹이 있어도 그날 생각을 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술의 낭만은 기꺼이 포기하련다.

 

한동안 무기력하고 입맛이 없었다. 몸무게도 2kg 가까이 줄었다. 알코올 금단증상일까. 마침 코로나가 겹쳐서 그 후유증일 수도 있었다. 지금도 비실거리긴 하지만 많이 회복되었다.

 

술을 끊은 현실적인 이득은 속이 편해졌다는 점이다. 술을 마신 다음에는 늘 속이 부대꼈다. 과음을 하고 나면 사나흘씩 속이 쓰리고 설사를 했다. 필름이 끊어져서 순간이동을 하는 불상사도 없다. 억지로 하는 금주가 아니다.

 

200일 & 50일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누구를 원망함이 아니다. 남탓만 한다면 200일이 지속될 수 없다.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200과 50은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숫자다. 이 숫자는 계속 플러스가 되어 올라갈 것이다. 언젠가는 스톱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한들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좀 더 성장한 내가 넉넉한 마음으로 맞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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