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 카페방에 누군가 재미있는 글 하나를 올렸다. 제목이 '18세와 81세'인데 읽다 보니 웃음이 나면서 씁쓰레하다. 나도 81세가 눈앞에 와 있다.
사랑에 빠지는 18세
욕탕에 빠지는 81세
도로를 폭주하는 18세
도로를 역주행하는 81세
마음이 연약한 18세
다리뼈가 연약한 81세
두근거림이 안 멈추는 18세
심장질환이 안 멈추는 81세
사랑에 숨 막히는 18세
떡 먹다 숨 막히는 81세
학교 점수 걱정하는 18세
혈당 당뇨 걱정하는 81세
아무것도 철 모르는 18세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81세
자기를 찾겠다는 18세
모두 찾아 나서는 81세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남자가 81세다. 그렇다면 한국 남성은 81세가 되면 반 정도만 생존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같이 희희낙락하는 친구들이지만 곧 반 정도는 저 세상으로 간다는 것이겠지. 죽지 않더라도 몸이 아프거나 기력이 달려서, 또는 세상사가 귀찮아져서 안 나오는 친구들도 있을 테니 실제로 얼굴을 볼 친구는 열 명 중 세 명이나 될까. 이런 추측은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해당하는 얘기지만.
그렇다고 18세가 마냥 꽃다운 나이기만 할까. 어느 나잇대에나 그 나이대로의 고민으로 가득한 법이다. 돌아보면 내 18세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다른 데 한 눈 팔 틈이 없었다. '이팔 청춘'이니 '낭랑 18세'니 다 뜬구름 잡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건강만 잘 지탱해준다면 노인의 삶이 더 여유롭고 편안할 수도 있다. 어느 나잇대나 그 나잇대의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까. 나이 타령은 그만하도록 하자.
윗글에 대한 답글로 누군가 우스개 댓글을 달았다. 인생이란 늘 갈증에 시달리다 종내는 다 필요 없음을 깨닫고 떠나는가 보다.
10대는 '철'이 없다
20대는 '답'이 없다
30대는 '집'이 없다
40대는 '돈'이 없다
50대는 '일'이 없다
60대는 '낙'이 없다
70대는 '이'가 없다
80대는 '처'가 없다
90대는 '시간'이 없다
100대는 '다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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