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0시 33분에 있었던 스타십 시험 발사를 유튜브를 통해 지켜보았다. 미국 현지시간으로는 아침 8시 33분이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가 마지막 30여 초를 남기고 중단되어 또 연기되나 싶었는데 다행히 몇 분 뒤 재개되었다.
스타십(Starship)은 화성으로 가기 위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야심차게 시도하는 프로젝트다. 추진체인 부스터와 우주선인 스타십의 2단으로 구성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높이가 120m에 달하며 추진력이 7,500t에 달하는 이제까지 인류가 만든 로켓 중 가장 크고 강하다. 우리나라의 누리호 추력이 300t이니 스타십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 수준이다. 스타십에는 승객 100명과 화물 100t 이상을 실을 수 있다. 머스크는 스타십을 이용하여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 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은 허황돼 보이지만 미래는 이런 꿈을 꾸는 사람에 의해 열려나가는 것이 인류의 역사였다.
어제 발사에서 스타십은 32km까지 상승한 뒤 비틀거리다가 폭발했다. 부스터에 33개의 엔진이 있는데 출발 직후부터 여러 개가 고장난 것이 화면에 잡혔다. 엔진 출력 조절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모양이다. 원래 계획은 부스터에서 스타십이 분리되고 지구를 한 바퀴 돈 다음에 태평양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실패했지만 발사는 일단 성공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봐야겠다. 처음부터 머스크는 성공 확률을 50%라고 봤다.
스타십이 여타 로켓과 다른 점은 재활용을 하는 우주선이라는 점이다. 스페이스X에서는 발사체를 다시 지상에 연착륙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주여행 경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화성에 식민 도시를 건설하고 사람과 화물을 실어나르기 위해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우주선으로는 곤란하다.
스타십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모르지만 어제는 첫 스타트를 끊는 날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인류는 조금씩 우주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1969년 인류가 달에 착륙할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가슴 두근거리며 지켜본 기억이 나는데, 스타십은 인류의 2단계 도전에 해당한다. 머스크의 계획대로라면 2030년이 되기 전에 인류는 화성에 발을 디딜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의문이 든다. 그 돈을 지구 환경이나 빈곤 퇴치 등 더 좋은 지구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화성 도시를 건설한들 극소수의 선택 받은 사람들에게나 해당할 얘기다. 잘못 하다가는 엘리시움 같은 두 개의 세상으로 쪼개질지 모른다. 지구는 황폐해진 채로 내버려두고 잘 나가는 사람들끼리 별세계에서 노는 암울한 미래다.
우주로 진출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누가 꺾을 수 있겠는가. AI도 마찬가지다. 이미 가속이 붙은 과학 문명은 적절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할 것이다. 미래는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이 처음 달에 착륙했을 때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환호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머스크의 예언대로 앞으로 30년 안에 화성에 1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가 세워진다면 그때는 '화성 한 달 살기'가 유행할지도 모른다. 지금 제주도 한 달 살기나 치앙마이 한 달 살기 같은 게 유행하는 것처럼. 화성으로 가는 데 다섯 달 정도가 걸린다니 화성에서 살기는 최소 일 년은 되어야 수지가 맞을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해 보다가도 과연 화성에 갈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를 생각하면 고개가 저어진다. 그때가 되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테고,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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