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당구 배우는 재미

샌. 2023. 5. 12. 14:06

쓰리 쿠션 당구를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시스템을 공부하고 당구장에서 배치를 놓고 연습하면서 익히고 있다. 감각으로만 칠 때와 달리 공이 진행하는 원리를 알게 되니 당구가 훨씬 흥미롭다.

 

30대 때 당구를 시작했는데 그때 다니던 직장 분위기는 술을 마시고 나면 2차 또는 3차는 당구장에서 노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큐대를 잡게 되었지만 취중에 흉내낸 당구라 기본이 안 된 채 엉망이었다. 맨정신으로 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십 년을 쳐도 4구 100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 50대 때는 당구와 멀어졌다가 다시 재개한 것은 퇴직 후였다. 대학 동기 당구 모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 달에 두 번씩 모이다가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 대여섯 명이 고정 멤버이고 나는 출석률이 들쑥날쑥하는 편이다.

 

모임에는 나갔지만 당구 자체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쓰리 쿠션에 관심이 생기면서 조금씩 생각이 변했다. 시스템을 모르고는 쓰리 쿠션을 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맨처음 파이브앤하프를 눈동냥으로 배웠는데 숫자 조합으로 공이 진행하는 길을 만든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예상한 대로 공이 맞을 때는 희열이 느껴졌다. 그 뒤로 유튜브를 통해 다른 시스템도 알게 되고 적용해 보게 되었다.

 

어림짐작이지만 대충 이해하고 있는 시스템은 열 개 정도 된다. 하프, 파이브앤하프, 일출일몰, 옆돌리기, 앞돌리기, -15, 플러스투, 되돌아오기, 튜즐, 사우스 시스템이다. 머리로 이해한다고 실제로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계산해도 공이 제대로 맞아주지 않으면 공염불이 된다. 적구의 당점이나 두께를 제대로 못 맞추면 이론이 별 소용이 없다.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지만 구력을 무시하지 못한다. 소위 당구의 짬밥이다.

 

머리로 배운 시스템을 실제 적용해 봐야겠기에 가끔 집에서 가까운 당구장에 나가 연습한다. 혼자 당구를 쳐도 재미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당구가 꼭 둘 이상이 모여야 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혼자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게 실력 향상에는 제일인 것 같다. 프로 선수들은 하루에 열 시간 넘게 반복 연습을 한다고 들었다. 공 배치만 보면 자동으로 몸이 반응할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일흔이 넘어서 이제 당구의 ABC를 배우고 있다.

 

나는 당구 수지 12를 올해 목표로 잡았다. 쓰리 쿠션 팀에 끼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점수다. 젊은 사람이야 이 정도 목표는 가소롭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미 동작이 둔해진 나한테는 만만찮은 도전이다. 어찌 되었거나 당구건 무엇이건 새로 배운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알고 보니 당구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운동이다. 당구대 앞에서 더하기 빼기를 잘못해서 자주 실소를 한다. 두뇌 훈련도 되니 당구가 이만하면 노년의 스포츠로 적당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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