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어버이날이면 동네에서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없어졌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봉사를 할 중년층이 사라진 탓일 게다. 이미 마을 주민의 9할 이상이 70대가 되어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 해 질 즈음에 마을 주변 산책에 나섰다. 매직 아워의 전원 풍경이 평화로웠다.
다음날은 밭에 나가 잠시나마 어머니 일손을 도와 드렸다. 평생을 농부로 살아오신 어머니는 밭일이 아니면 생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하시는 것 같다. 삶을 지배하는 관성의 무서움이다.
힘들다 하면서도 밭은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다. 나도 꼼꼼한 편이지만 어머니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여러 해 전부터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하면서도 올해 역시 깨 농사를 시작했다.
산자락에서 쑥을 뜯어왔는데 다듬는데 한참 걸렸다.
코에 검은 점무늬가 있는 이 고양이는 음식은 잘 받아먹으면서 사람한테 곁을 주지는 않는다. 가까이 접근하면 경계하면서 달아난다. 길들여지지 않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특성이 내가 개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다.
어머니의 부지런함과 강한 정신력은 존경스럽다. 아흔을 넘긴 연세에도 어머니가 누구 못지않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식사도 잘하시고 전보다 활기가 있으셔서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헤어질 때는 늘 착잡하고 안타깝다. 드린 용돈의 일부를 떼어 기름값 하라고 차 안으로 던져주신다. 누구나의 일도인생(一到人生)인데 어느 누구도 삶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벗하지 않고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의례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는 거지. 지난주에 찾아온 손주에게 염려 섞인 말을 건넸더니 열두 살 손주는 이렇게 대꾸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인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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