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인 시바타 쇼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50년대 일본 젊은이들의 불안과 방황을 그렸다. 소설에는 공산주의 혁명에 투신하거나 간접적으로 관련된 젊은이들이 나오는데, 이들은 조직이 와해되어 이념의 공백 상태를 겪으면서 허무와 권태에 빠져든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당시 일본의 시대 상황과 연결시킨 작품이다. <그래도 우리의 나날>은 제51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그중 한 사람인 사노는 혁명가를 꿈꾸었으나 뻔뻔하지 못했다. 진압 경찰과 맞섰을 때 무서워서 도망한 사실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여린 감성을 가진 젊은이였다. 공산당 무장 조직이 해체되면서 이상이 붕괴되는 현실을 사노는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중 가장 감정이입이 되면서 만났다. 상황은 딴판이지만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사노였다.
사노는 쎄쓰코에게 남긴 편지에서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나는 무엇을 떠올릴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자신의 생에서 가장 애틋하거나 소중한 게 무엇인지 묻는 질문일 것이다. 이 질문은 쎄쓰코에게도 전염된다. 소설에 나오는 여러 젊은이들은 이런 회한이나 죄의식에 시달린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후미오도 마찬가지다. 청춘 소설이지만 청춘의 특권인 생명의 약동이나 에너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의 나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젊은이의 번민과 방황의 심리를 잘 그려낸 소설이다.
어쨌든 삶은 살아내야 하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걸음으로 세상 속으로 힘겹게 걸어간다. 버티기 힘들어 생을 버리는 사노나 유코 같은 사람도 있다. 후미오와 쎄쓰코는 사랑의 폐허 위에서 새로운 삶을 건설하려 한다. 제목인 '그래도 우리의 나날'이 암시하는 뜻도 이와 같을 것이다.
소설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머잖아 우리가 정말로 늙었을 때, 젊은 사람들이 물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젊은 시절은 어땠냐고. 그때 우리는 대답할 것이다. 우리 때에도 똑같은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어려움이기는 하겠지만,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어려움에 익숙해지며 이렇게 늙어왔다. 하지만 우리 중에는 시대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로 용감하게 진출하고자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 답을 들은 젊은이 중 누구든 옛날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데, 지금 우리도 그런 용기를 갖자고 생각한다면 거기까지 늙어간 우리의 삶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