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에 개봉한 따끈따끈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따스한 인간애를 다루지만 대체적으로 밍밍한데, 이 영화는 관객을 살짝 긴장시키면서 우리 사회 및 인간의 내면을 잘 담아낸 수작이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중 최고라고 할 만하다.
'괴물'은 학교 폭력을 배경으로 깔고 있지만 학교 폭력이나 인간 심성의 사악함을 고발하는 영화는 아니다. 같은 사안이더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진실과 허위, 선과 악을 칼로 자르듯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영화는 3막으로 되어 있는데 각각 어머니인 사오리, 교사인 호리, 사건의 중심에 있는 두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실이 교차한다.
영화의 중심은 미나토와 요리, 두 아이가 나오는 3막이다. 요리는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학대를,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이지메를 당하는 아이였다. 미나토는 요리를 동정하지만 불의에 저항하지는 못한다. 둘은 숲 속에 있는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순수한 우정을 나누며 위안을 얻는다. 순진무구한 동심에 깃든 생명력은 구둣발에 밟혀도 굴하지 않고 고개를 드는 잡초를 닮았다.
아이들이 외치는 "괴물은 누구게?"라는 소리는 우리들을 향하는 절규다. 처음에는 괴물이 누구일까, 라고 호기심을 갖게 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괴물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나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는 괴물이 불의를 조장하는 사회 구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 구조하에서 인간은 서로 가해자면서 피해자가 된다.
학교 교장을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지만, 나중에는 그 역시 아픔을 가진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영화 말미에서 교장과 미나토가 관악기를 힘껏 부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무엇에 맞는 듯 찡 했다. 둘 모두 속에 있는 아픔을 토해내는 소리였다(괴물이 내는 소리와 닮았지만). 이때 교장이 미나토에게 하는 말이다.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고 하지 않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
영화가 끝나고 좌우 옆자리에 앉은 둘에게 영화가 어땠냐고 물어보았다. 둘 다 심드렁한 대꾸가 돌아왔다. 참 따스한 영화라고 하니까 동의하지 않는 눈치였다. 영화를 보며 나는 손수건을 꺼내 몇 차례 눈물을 훔쳐야 했다. 영화의 마지막은 두 아이가 어두운 폭우 속을 벗어나 맑은 하늘 아래서 풀밭을 달려가는 장면이다. 설마 아이들이 죽은 걸 암시하는 건 아니겠지. 옛 직장 동료들과 'CGV 피카디리'에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