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양평에 있는 서후리숲으로 소풍을 갔다. 점심은 외식을 할까도 했지만 소풍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일부러 집에서 김밥을 싸 가지고 갔다. 비 그치고 더없이 맑고 청명한 봄날이었다.
2014년에 개장한 서후리숲은 양평군 서종면 서후리에 있는 10만 평 규모의 사설 수목원이다. 수목원 안에는 자작나무숲 등 다양한 나무의 숲이 있으며 되도록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채 가꾸고 있다. 입장료는 8천 원이다.
카페 옆에 삼색버드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플라밍고 셀릭스(Flamingo Salix)인데 흰색, 분홍, 초록색으로 된 잎 색깔의 조화가 신비하게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택의 정원에 심으면 무척 예쁠 것 같다.
숲에는 이 계절에 맞는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댕강나무꽃의 향기에 취한 건 나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수원에서 봤던 애기말발도리도 한 무더기 피어 있었다.
본격적인 숲길에 들어서자 아내는 신발을 벗었다.
길섶에서 앉아 쉬며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와 새소리에 취해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돼요. 힘내세요."
그게 아닌데, 우리는 전혀 힘들지 않은데, 사람들이 보기에는 노인네 둘이 산길을 걷는 게 안스러웠나 보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서후리숲에 오고자 한 것은 자작나무를 보기 위해서였다. 집 가까이에는 넓은 자작나무 군락지가 별로 없다. 제대로 된 자작나무숲을 보자면 강원도로 나가야 하지만 아쉬운 대로 이곳 자작나무숲이 갈증을 달래준다. 하지만 흰 수피의 특징을 보자면 좀 더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
메타세콰이어숲도 있고,
비밀의 정원에서 다정한 포즈도 지어 보았다.
서후리숲은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숲에서 먹으려고 준비해 간 김밥은 안내소에 보관했다가 내려와서야 열 수 있었다. 숲을 깨끗하게 보존하려는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서후리숲은 성의를 다해 관리하고 있다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외진 곳에 있어 찾는 사람이 적은 관계로 숲은 호젓하면서 절로 힐링이 되는 분위기였다. 가을에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다.
돌아오는 길 옆에 양수리성당이 있어 들렀다. 성당 안에 있는 종교적 상징물은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내와 함께 한 따스했던 봄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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