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초여름의 짧은 산책

샌. 2024. 6. 3. 10:06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나고 따끔거리면서 충혈된다. 다음날 아침에는 눈곱이 잔뜩 껴서 눈을 뜨기도 힘들다. 병원에서는 눈물관막힘 증상이라고 한다. 눈물샘에서 나온 눈물은 눈을 적신 후 눈물관과 눈물주머니를 통해 코 속으로 배출되는데 그 경로가 막히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심해졌다. 

 

이 증상이 왜 바람과 관계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밖에 나가는 게 조심스럽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외출을 피한다. 의사가 고글 안경을 쓰는 게 좋다고 해서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 안경을 쓰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늙으니까 이곳저곳에서 탈이 생긴다. 병원에 가면 자주 듣는 말인 '노화 현상"이다. 생명에는 직접 관계되지 않지만 일상은 불편하다.

 

요사이 날씨가 아주 좋다. 대기는 청명하고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다. 밖에 나가 쏘다니고 싶은 충동을 참고 집 주변의 짧은 산책으로 만족한다.

 

 

꽃들과 눈맞춤한다. 개망초, 등갈퀴나물, 금계국, 돌나물 - 흔하디 흔하지만 볼 때마다 새로우면서 예쁜 뽀시래기 친구들이다. 싫증이 나는 법이 없다.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마을 고샅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귀를 어슬렁거리다 돌아왔다. 이렇듯 내 몸에 맞추어 살밖에 도리가 없지 않은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지만 일말의 서글픈 감정에 빠지는 건 어찌할 수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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