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오전과 오후

샌. 2024. 6. 11. 10:18

오전

 

야탑 모임에 나가기 위해 아침을 먹고 나서면 대개 30분 정도 이르다. 집에서 뭉기적거리기도 뭣해서 대개 일찍 나와 몇 정거장 앞에서 버스를 내려 걸어간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비치는 천변 길을 나는 사랑한다.

 

오늘은 낯선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가 천변으로 내려가는 길을 잃었다. 골든 리트리버를 데리고 산책 나온 아주머니가 상냥하게 웃으면서 입구를 가르쳐 주었다. 오늘따라 골든 리트리버가 쓰다듬어 주고 싶은 정도로 이뻐 보였다. 개는 좋아하지 않지만 골든 리트리버는 예외다. 무심하면서 달관한 듯한 그 표정을 사랑한다.

 

 

 

오후

 

당구 네 판, 바둑 세 판을 두고 나니 기력이 다한 듯 기진했다. 더구나 공은 빗맞고 돌은 엉뚱한 데 놓여 전적이 좋지 않았다. 해가 무겁게 서쪽 마을로 가라앉고 있었다.

 

대체로 여름철 버스 냉방은 너무 온도가 낮게 설정되어 춥다. 물론 내 기준이지만. 상의 깃을 세우고 마스크를 쓰고 토시를 꺼내 팔에 둘렀다. 그리고 개폐할 수 있는 머리 위의  냉방구를 닫았다. 옆에 앉은 사람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얼른 다시 여는 것이었다. 내 또래의 할머니였다. 내가 몸이 좋지 않아 그렇다,고 마스크를 가리키며 설명을 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참을 노려보듯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인간사의 비극은 타인의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어느 분의 말이 떠올랐다. 누구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흘러가는 어두운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손가락은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나를 향해야 한다고 생각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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