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강동그린웨이를 걷다

샌. 2024. 6. 14. 10:53

 

용두회에서 강동그린웨이를 걸었다. 일자산허브천문공원에서 일자산 능선을 따라 오륜동까지 걸었는데 서울둘레길 7코스와 겹치는 길이었다. 산을 내려와 다시 성내동까지 걸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래봤자 총 걸은 거리는 5km 남짓 되었다. 초여름 햇살이 따가운 날이었다.

 

 

산길에 핀 개망초꽃 너머로 하남 시내 아파트 숲이 빽빽했다. 

 

 

일자산자연공원 안에 있는 논에서는 공원 인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못줄을 대고 심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바쁜 모내기철이면 조금이라도 일손을 덜려고 논둑에서 못줄대를 잡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쉬워 보였지만 농사 요령이 있을 턱이 없는 소년에게는 그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성내시장에서 보쌈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둔촌동에 있는 당구장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회원인 친구가 있어서 5천 원이면 시간 제한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집 가까이 이런 당구장이 있다면 부담 없이 당구를 배울 수 있을 텐데.

 

 

용두회원들이 내달 초에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나는 빠졌다. 다들 신이 나 있지만 그런 것에 나는 별 흥미가 없다. 뭐, 다 시시하다고 할까, 그저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최고라고 하지만 머리를 들면 저 멀리서 몰려오는 먹구름을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외면한들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침 점심을 먹은 자리에서 나잇대별로 생존할 수 있는 확률 얘기가 나왔다. 통계로 보면 80세까지 생존 확률은 30%, 90세까지는 1%가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린 80세라야 기껏 6, 7년 남았으니 바로 코 앞이 아닌가. 그럼 지금 여기서 얼굴을 맞대고 있는 여섯 명 중에서 둘만 남고, 나머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얘긴데 너무 우울한 예견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 세상에 애착이나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다. 생명을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의 숙명이 서글퍼져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을 즐겁게 살아내야 하는데, 그게 더욱 가련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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