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3월의 떡 잔치

샌. 2010. 3. 16. 10:49

요사이 책상 위에는 거의 매일 떡 봉지가 놓여 있다. 새로 전입 오신 분들이 인사치레로 돌리는 것이다. 떡은 대개 전 직장의 동료들이 보내준다. 몇 년 전부터 한두 사람에게서 시작되더니 이젠 모두가 으레 해야 되는신고 의식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신규로 임용된 분들도 자신의 지갑을 열어 떡을 돌린다. 품목도 떡 뿐만 아니라 과자나 과일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다. 물론 처음의 뜻은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너나없이 당연히 하는 것으로 되어 버리면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다. 나 혼자만 빠지면 뭔가 왕따를 당하는 기분이다. 분명 누군가는 마음과 달리 억지로 해야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전출 가는 동료를 위해 전 직원이 돈을 모아 함께 떡을 맞추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떡집이 들으면 박수를 칠 일이다.


이 일도 처음에는 전출 간 동료를 찾아가면서 나온 작은 정성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초기에는 귤이나 빵 등을 소량 사가면서 이웃한 직원들 몇몇만 나누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때부턴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규모로 확대되었다. 그러면서 하나둘 따라하더니 이젠 관습으로 굳어지고 있다. 무엇이든 관습이나 의례가 되어 버리면 하는 사람이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받는 사람도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다. 나도 작년에 이곳으로 오면서 전 직장의 동료들이 떡을 보내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신경을 써야 했던 점이 많았다. 직접 겪어보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꼭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만 되는지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만약 그마저도 없었다면 내 돈으로라도 떡을 사서 돌려야 했을 것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마치 결혼식 청첩장이 세금고지서와 비슷하게 되어 버렸듯이 떡 돌리기도 마찬가지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또 직장이 커서 이동 인원이 삼사십 명씩이나 되면 받은 떡을 제 때에 먹지도 못한다. 지금 사무실 냉장고에는 그런 떡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뭐든 간소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벌써 떡을 세 봉지나 받았다. 어떤 것은 겉에 근사한 장식 문구가 쓰여있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자주 받다 보니 "또야?" 라는 비명이 나온다. 떡 돌리기 풍습,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일률적인 이런 식의 따라 하기는 지양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생기는 것은 쉽지만 없애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앞으로도 3월의 떡 잔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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