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생일

샌. 2010. 3. 6. 09:11

기념일을 챙기는 게 서툴다. 내 생일이 오는 것도 부담스럽다. 특별히 무슨 날이라고 축하 받고 축하 하는 게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저 아는 척 모르는 척 자연스럽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어지간한 집이면 거실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이란 것도 그렇다. 하나같이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지게 느껴져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이렇게 행복하다고 또는 행복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직 그럴 듯한 가족사진이란 걸 찍어보지 않았다. 다 성격 탓이다. 명절이나 기념일이 불편해지는 건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해진다. 그래도 사람 사이의 정이란 게 있으니 그나마도 없으면 더 삭막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입장만 내세우다가는 도리어 상대방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 어차피 적당한 선에서 절충할 수밖에 없다. 생일이나 기념일,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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