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희생을 당할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놈이 울었고 비오는 거리에는 사십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 죄와 벌 / 김수영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김수영 시인밖에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치부를 이 정도로 적나라하게 까발려도 되는지 고개가 저어진다. 우산으로 여편네를 패고는 우산 두고 온 게 아깝다고 말한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인간쓰레기라고 부를 만하다. '성(性)'이라는 시는 더 노골적이다. 이런 시가 발표되면 부인의 심정은 어떨까. 당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