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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여자 / 윤임수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여자, 오십이 훨씬 넘어 보이는 여자, 지난밤도 편치 않았던 것일까, 아파트 모서리 중국단풍 아래에서 연방 담배를 피워대는 여자, 채 달아나지 못한 연기 꼬리에 또 연기를 더하는 여자, 숨 가쁘게 살아온 날들을 모두 내려놓겠다는 듯 연방 연기를 토해내는 여자, 처음 볼 때는 거북했으나 날이 지나면서 연민으로 다가오는 여자, 어쩌다 보이지 않는 날이면, 웬일일까, 조금 걱정도 되는 여자, 걱정과 함께 담배 연기가 그 여자의 거친 날들을 모두 거두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여자, 아무것도 모르지만 마치 오래된 관성처럼, 이제는 중국단풍만 봐도 떠오르는 그 여자 - 담배 피우는 여자 / 윤임수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태도에서 여자와 남자는 차이가 난다. 당당한 남자에 비해 여자는 조심..

시읽는기쁨 2019.04.21

봄 물드는 뒷산

산벚꽃 사이로 봄 산은 연초록 새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매년 맞이하지만 봄은 늘 새롭고 경이롭다. 올해의 봄은 작년의 봄과 다르다. 같은 색깔, 같은 모습으로 찾아오지만 우리가 봄을 보는 눈은 같지 않다. 봄과 봄 사이의 인간사 사연들이 투영된 마음의 프리즘으로 우리는 봄을 맞이한다. '절망의 의지'를 너무 들여다보지 말고, 지상이 표상하는 생명의 약동에 한눈팔아도 괜찮은 봄이다. 잘려나간 나무줄기에서도 생명은 돋아난다. 멀리 산골 동네서 개 짖는 소리도 포근하다. 연초록 새잎이 꽃보다 더 예쁘다. 봄 물드는 뒷산을 한 바퀴 돌았다.

사진속일상 2019.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