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 35

나는 왜 불온한가

김규항 씨의 글은 늘 나를 부끄럽게 한다. 동시에 새로운 인식의 지평이 열리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았음을 실감한다. 작가의 생각과 삶이 일치하는 모습도 좋다. 그런 기준이라면 나는 엄청난 속물이다. 작가의 짧고 명료한 문장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는 2005년에 나왔으니 벌써 15년이 되었다. 그가 진단한 암담한 사회는 - 민주화의 성과가 자본의 차지로 돌아가고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갈수록 희망의 빛이 사라지는 -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작가는 우리가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는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가 사는 세상의 얼개쯤은 알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는 수구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라는 것, 세상은 민족이나 국가나 지역이 아니라 계급으..

읽고본느낌 2020.04.04

천진암 큰괭이밥과 괭이눈

예나 다름 없이 천진암의 4월은 봄꽃이 많이 피어 있다. 현호색이 제일 흔하고 제비꽃도 자주 눈에 띈다. 시든 꿩의바람꽃도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훨씬 더 많은 종류의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앵자봉에서 흘러 내려오는 도랑물 가에 큰괭이밥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큰괭이밥이 이렇게 많이 피어 있는 건 처음 보았다. 옆에는 괭이밥도 몇 개체 있었다. 나에게 천진암은 성지이기보다 먼저 예쁜 꽃밭으로 기억되는 장소다. ▽ 큰괭이밥 ▽ 괭이눈. 줄기에 흰 털이 있는 걸로 보아 흰괭이눈이라 해야 정확한 이름일 듯하다.

꽃들의향기 2020.04.03

성지(22) - 천진암

33. 천진암 경기도 광주시 퇴촌에 있는 천진암(天眞庵)은 주어사(走魚寺)와 함께 한국 천주교회의 발상지다. 천주교의 시작이 불교와 연관 있는 게 흥미롭다. 어쩌면 '천진(天眞)'이라는 이름에서 이미 천주교과의 인연이 예비되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에서 1779년에 이벽, 정약전, 권철신 등 젊은이들이 모여 천주교 책을 읽고 실천하는 일을 토론하였다. 그 뒤로 황폐해진 천진암 터를 1978년에 천주교에서 매입하면서 성역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듬해부터 이벽을 시작으로 정약종, 이승훈, 권철신, 권일신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현재는 100년 계획으로 천진암 대성당을 지을 터까지 조성해 놓았다. 천진암 성지 입구. 입구에는 천진암을 상징하는 오두막과 다섯 성인을 그린 성화, 마리아상이 있다. 오르..

사진속일상 2020.04.03

관음리 느티나무

도로에 바짝 붙어 있는 나무를 보면 안쓰럽다. 옛날 소로일 때는 제 품은 자리가 넉넉했겠지만, 지금은 자동차에게 자리 다 뺏기고 나무 아래 사람이 쉴 틈 한 평 없다. 농촌 마을이었다가 도시 개발이 된 곳에 있는 나무는 대부분 그런 신세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관음리에 있는 이 느티나무도 마찬가지다. 낮밤 없이 자동차 소음과 불빛에 시달리니 편하게 자랄 수가 있을까. 매연과 먼지를 뒤집어쓴 나무껍질이 생기 잃고 꺼칠하다. 이제는 동네 사람도 별로 거들떠보지 않는 정자목이 된 것 같다. 이 나무의 수령은 약 200년이고, 높이는 16m, 줄기 둘레는 2.8m다.

천년의나무 2020.04.02

서부 전선 이상 없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레마르크의 전쟁소설이다. 독일의 고등학생이었던 파울 보이머는 담임 선생의 권유로 반 친구들과 함께 자원입대한다. 10주 훈련을 마치고 곧바로 독일과 프랑스군이 참호전을 벌이고 있던 서부 전선에 배치된다. 애국심에 불타서 군인이 되었지만, 소년들이 감당하기에 전쟁터는 너무나 잔인하고 처절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친구들이 하나하나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파울은 전쟁의 무의함과 자신들을 죽음으로 내몬 권력자들의 기만과 허위의식을 알아가며 분노한다. 는 전쟁을 참혹함을 고발하는 소설이다. 극한 상황에 내몰린 병사들은 인간성이 파괴되고 싸우는 기계가 된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적을 죽여야 한다. 그런 지옥에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이나 전우애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소설은 이념이나 이데..

읽고본느낌 2020.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