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유는 엉뚱했다. 해 뜨고 지는 풍경을 실컷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런 얘기를 했더니 가당찮은 얼굴로 보는 것이었다. "야, 일하다 보면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모른다.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아마 한 달 동안 원양어선에서 생활한다면 나 역시 비슷한 말을 할 게 틀림없다. 한 달이 아니라 일주일만 지나도 시들해질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일상이 되면 무감각해진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가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다." 어느 책에서 본 구절에 무릎을 쳤다. 대상이 무엇이든 딱 사흘만 우리에게 허락된다면 아름답고 귀하지 않은 게 있을까. 지루하기만 한 오늘도 반짝반짝 빛나게 될 것이고, 아내의 잔소리마저 꾀꼬리의 지저귐으로 변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