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시원찮고 마음도 서걱거린다. 동쪽으로 차를 몰고 나가다. 강릉이 그리 멀지 않다. 오래된 나무를 만나면 작게나마 위안이 되리라. 바다도 봐야겠지. 경포대해수욕장 바다 바람이 드세다. 내 고향 소백산 능선에서 맞는 바람에 못지 않다. 사람들은 바람 불어오는 방향을 등지고 서 있다. 가슴이 뻥 뚫리고 시름이 다 날라가 버릴 듯하다. 선교장 뒷산 길을 한 바퀴 돌다. 산수유 노란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오죽헌도 들리다. 응당 나무를 만나는 게 목적이다. 見得思義 - 율곡 선생의 말씀인가 보다. "이득을 보거든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라." 옳지 않은 것이라면 이득을 포기할 줄 아는 대장부가 이 시대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죽 파는 집을 찾아 시내를 배회하다. 강릉까지 가서는 죽으로 점심을 때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