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3

깨알 같은 잘못 / 이창숙

졸업이구나, 너희들과 헤어지게 되어 아쉽다. 선생님, 그동안 우리들이 속 썩여서 미안해요. 너희들이 속은 무슨 속을 썩여. 그냥 말 좀 안 듣고, 숙제 안 해 오고, 귀청 떨어지게 떠들고, 쌈박질 좀 하고, 수업 시간에 뛰쳐나가고, 음, 와장창 유리창 깨고, 다른 선생님한테 걸려서 귀 잡혀 들어오고, 꼬박꼬박 대들고, 봄날 병아리들처럼 비실비실 졸고, 욕 좀 하고, 몰래 침 뱉고, 무릎 까져서 피 질질 흘리고, 음음, 높은 곳에서 떨어져 간 떨어지게 하고, 입 아프게 설명해도 단체로 멍 때리고, 저번에는 참, 다섯 분이 한꺼번에 땡땡이도 치셨지? 아무튼, 그런 일들밖에 없었는걸 뭐. 그러네요. 헤헤헤헤 히히히히 - 깨알 같은 잘못 / 이창숙 동시의 대상이 아이들이다 보니 학교 소재가 많다. 어떻게 하면 ..

시읽는기쁨 2014.07.10

Z교시 / 신민규

식물은 뿌리, 줄기, 잎, 꽃, 열매로 이뤄져 있다 뿌리는 식물체를 지지하고 물과 양분을 꾸벅한다 줄기는 꾸벅을 지탱하고 물과 꾸벅이 이동하는 꾸벅 잎은 꾸벅을 이용하여 꾸벅을 꾸벅 꾸벅은 꾸벅과 꾸벅이 꾸벅 꾸벅 꾸벅 꾸벅 꾸벅 신민규 뒤로 나가! 번쩍 - Z교시 / 신민규 재미있는 동시다. 흔한 교실의 한 장면이 이렇게도 시가 만들어지는구나. 초등학교 과학 시간인 것 같다. 따분한 설명에 꾸벅이 시작된다. 선생님의 설명과 학생의 꾸벅이 섞이더니 이내 전세가 역전된다. "신민규 뒤로 나가! 번쩍", 결말 부분도 반짝인다. 이 시를 유머러스하게 만드는 데는 제목도 한몫을 하고 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금방 무릎을 쳤다. 평범하게 '꾸벅'으로 붙였다면 맛이 덜했을 것이다.

시읽는기쁨 2014.07.05

교실 풍경 / 신현수

(너무나 감격스러운 어조로, 약간 눈물도 글썽이며) 너희들이 태어나던 해에 우리나라 남쪽에서 아주 불행한 일이 있었단다 어떤 욕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무런 죄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총으로 칼로 죽였단다 그 후에도 그 일을 다른 곳에 알리고자 한 사람 그 일이 잘못되었다고 말한 사람들이 계속 피를 흘리면서 죽어갔단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 이제 정부에서 그 공로를 인정하고 그날 이후의 희생된 넋들을 기리기 위해 오늘부터 기념일로 제정하기로 했단다, 얘들아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선생님! 그럼 내년부터 5월 18일날 놀아요? - 교실 풍경 / 신현수 막막한 벽을 마주치는 곳이 어디 교실 뿐이겠는가? 요즈음 처럼 '한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은 지배 계급의 이념이다'라는 칼 마르크스..

시읽는기쁨 200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