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2, 3년이 지나면 고비를 맞는 것 같다. 사랑에만 유효기간이 있는 건 아니다. 아무리 신선하고 황홀한 것도 일상이 되어 버리면 무미건조해진다. 인간의 뇌는 늘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흥분 호르몬 효과는 길어야 3년이다. 은퇴한지 2년이 훌쩍 넘었다. 나의 은퇴 허니문 기간도 이제 끝나가는 것 같다. 짜증이 자꾸 늘어나는 게 그 증상이다. 삶의 만족도와 행복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권태기가 찾아온 것이다. 걷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전만큼 즐겁지가 않다. 나는 여기에 '은퇴 피로증'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다. 이렇게 되니 최근에는 아내와 마찰도 잦다. 서로 사소한 것으로 반응하고 부딪힌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게 이젠 눈에 거슬린다. 아내의 신경도 날카로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