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담임교사였을 때 가출한 학생을 청량리역에서 찾았다 자그마한 어깨에 아버지의 긴 낚싯대를 메고 있었다 본 적 없는 바다 가서 고기를 잡아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청량리, 중량교 가요"라는 버스 안내양의 다급한 외침이 "차라리 죽는 게 나요"라고 들린다던 60년대 어느 날 어린 나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희미한 제천역 대합실 불빛을 떠나 비 내리는 밤 청량리역에 내렸다 멀리 바라보이던 오스카극장의 휘황한 네온사인이 처음 보는 바닷속 찬란한 물고기들 같았다 - 청량리역 / 서경온 나 역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이 청량리역이었다. 그 시절 서울로 오는 유일한 방법은 중앙선 기차를 타는 것이었다. 완행과 급행이 있었는데 감히 급행을 탈 엄두는 못 내고 역마다 모두 서는 완행만 탈 줄 알았다. 자리가 안 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