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소 호랑이 토끼가 달려간다 용 뱀 말 양도 달려간다 식식거리며 잰나비 닭 개 돼지도 달려간다 허둥지둥 앞만 보고 달겨간다 죽을 둥 살 둥 벼랑 끝으로 가랑잎 같은 해가 지고 왜, 달려왔지?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잰나비닭개돼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두리번 두리번 - 왜 / 김순일 언젠가는 왜, 라고 물을 때가 올 것이다. 천지 분간 못하고 달려왔지만 언젠가는 벼랑 끝에 닿을 것이다. 이것은 실존적인 개인의 체험일 수도 있고, 인류 전체의 종말론적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시작되었고 해는 기울어가고 있다.